1.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개요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해 6대 3의 결정으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본 판결의 핵심은 헌법상 권력 분립의 원칙 수호에 있다.

IEEPA의 법적 한계와 의회의 고유 조세권

연방대법원은 관세를 부과하는 조세권(Taxing Power)이 미국 헌법에 명시된 의회의 고유 권한임을 재확인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적성국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무역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특별 법률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대법관은 행정부가 해당 법률을 국가 세입 증대나 포괄적인 무역 정책 재편을 위한 범용적 관세 부과 수단으로 남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2.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법 122조 발동과 신규 행정명령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정책의 추진력을 잃지 않기 위해 즉각적인 대안 법률을 가동했다. 전 세계 모든 수입품을 대상으로 10%의 추가 관세를 일괄 부과하는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상호관세와 10% 글로벌 관세의 구조적 차이점

새로운 관세 행정명령의 법적 근거는 무역법 122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의 권한으로 최대 150일 동안 모든 수입품에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기존에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가 특정 국가와의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15~25%의 차등적 제재를 가한 것이라면, 신규 제도는 우방국을 포함한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10%를 일괄 적용한다는 점에서 정책의 방향성과 타격 범위가 완전히 개편되었다.

3. 관세 정책 변화가 미국 증시 및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

상호관세 무효화와 신규 글로벌 관세 도입이라는 복합적인 거시 환경 변화 속에서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다우존스, S&P500, 나스닥)는 단기적인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는 법적 불확실성의 해소와 더불어 실질적인 시장 유동성 확대에 대한 경제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대규모 관세 환급 소송과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

IEEPA 기반 상호관세의 위법 판결로 인해, 기존에 관세를 납부했던 미국 내 수입 기업들은 약 1,330억 달러(한화 약 180조 원) 규모의 환급 소송을 진행할 법적 권리를 얻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막대한 유동성 공급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평균 16.8%에 달하던 실효 관세율이 단기적으로 9.5%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입 물가 안정에 기반한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론이 작용했다.

4. 미국 통상 정책 변화에 따른 한국 산업별 파급 효과

미국의 관세 부과 근거 법령이 변경됨에 따라, 글로벌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주력 산업은 업종의 성격에 따라 명확한 실적 명암이 교차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재 산업의 수출 경쟁력 즉각 회복

화장품(K-뷰티), 음식료(K-푸드), 의류 등 대표적인 일반 소비재 수출 업종은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의 최대 수혜군으로 분류된다. 해당 산업군은 국가 안보 명분의 별도 제재 없이 IEEPA 상호관세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었다. 최대 25%에 달하던 추가 관세가 법적으로 철폐됨에 따라, 미국 현지 소매 시장에서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즉각적으로 회복되어 수출 마진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중후장대 및 첨단 산업의 제한적 영향과 과제

반면,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실질적인 수혜를 입기 어렵다. 이들 핵심 산업에 대한 관세 장벽은 이번에 무효화된 IEEPA가 아닌,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를 근거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강 50%, 자동차 15% 수준의 기존 관세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나아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안보 자산으로 분류되는 산업 역시, 새로 도입된 10% 글로벌 관세의 영향을 받아 완제품 수출 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가중될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5.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향과 향후 정책 리스크

결론적으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철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세 정책의 수단이 재설계되었을 뿐이다. 향후 미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하는 232조와 불공정 무역 행위를 직접 제재하는 무역법 301조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우회적인 관세 장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로벌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본 사태를 구조적인 통상 정책의 변동성 리스크로 인식하고, 현지 생산 거점 확보 및 공급망 다변화 등 중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