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머니무브 현상
최근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자산 운용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을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확정급여형(DB형)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2.6%에 달했던 DB형 비중은 2024년 49.7%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50%를 하회했다.
반면, 근로자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은 25.4%에서 27.4%로 상승했으며,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11.6%에서 22.9%로 급증했다. 이러한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의 배경에는 실질 임금 상승률의 정체, 호봉제에서 연봉제 및 성과배분제로의 임금 구조 개편, 그리고 글로벌 증시 강세에 따른 투자 자산으로서의 인식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의 개념 및 특징 비교
퇴직연금 제도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서는 각 제도의 운용 주체와 수익 구조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확정급여형(DB형)의 구조와 적합한 대상
확정급여형(DB형)은 기업이 퇴직금 지급을 책임지는 제도이다. 퇴직 시 수령할 급여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는 산식'으로 사전에 확정된다. 따라서 초봉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향후 지속적이고 가파른 임금 상승이 예상되거나, 한 직장에서 장기 근속을 계획 중인 호봉제 근로자에게 유리한 구조를 지닌다. 임금 상승분 자체가 퇴직금의 수익률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확정기여형(DC형)의 구조와 적합한 대상
확정기여형(DC형)은 기업이 매년 일정 비율의 부담금을 근로자 계좌에 납입하면,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방식이다.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 규모가 증가할 수 있으나,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을 가입자가 전적으로 감내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두고 있어 향후 임금 삭감이 예상되거나, 이직이 잦아 유연한 자산 관리가 필요한 근로자에게 적합하다.
3. 확정기여형(DC형) 전환 시 핵심 자산 운용 전략
DC형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자산의 적극적인 관리를 요구한다. 성공적인 노후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다음의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장기 투자를 위한 ETF 및 TDF(타깃데이트펀드) 활용
DC형 계좌에서는 개별 주식이나 고위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가 엄격히 금지되며, 위험자산 투자 비율은 최대 70% 이내로 제한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특정 테마형 ETF에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 S&P500이나 나스닥100과 같은 광범위한 지수 추종형 ETF를 5년에서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권장된다. 실제 적극적인 포트폴리오(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 98.3%)를 구성하여 9개월 만에 27.3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실증 사례도 존재한다. 직접 운용이 부담스럽다면,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맞추어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를 활용하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
보수율 점검 및 과세 이연 효과의 극대화
자산 운용 시 발생하는 보수(수수료)는 매년 차감되는 비용이므로 장기 누적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 할지라도 자산운용사별로 보수율에 차이가 있으므로 투자 전 반드시 비교·확인해야 한다. 또한, DC형의 가장 큰 재무적 이점은 '과세 이연' 효과에 있다. 일반 금융 계좌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 등을 매도할 경우 즉각적으로 배당소득세가 과세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DC형 계좌 내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은 최종적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어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4. 퇴직연금 전환 전 필수 고려사항 및 결론
제도 전환 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불가역성이다. 규정상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은 가능하나, 한 번 DC형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DB형으로 복귀할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최근 주식 시장의 호황이나 타인의 수익률만을 근거로 성급하게 전환을 결정하는 것은 재무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입자는 본인의 향후 임금 상승률 예측치, 투자 상품 분석 여력, 그리고 손실 감내 능력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노후 생활의 핵심 안전판이므로, 철저한 분석과 지속적인 관리를 통한 합리적인 운용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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