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달러 환율 급락 및 현재 외환시장 동향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2026년 2월 23일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6원 하락한 1,440.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환율은 1,430원대 후반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며, 이는 지난 1월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에서 관찰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ollar Index)는 지난 2월 20일 98선 위에 머물렀으나, 전날보다 0.348 하락한 97.304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는 현재 미국 달러화가 강력한 약세 압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하는 객관적인 지표다.

2. 미국 달러 약세를 촉발한 주요 원인 분석

달러 약세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미국의 사법 판결, 거시 경제 지표 부진, 그리고 한국의 통화 정책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재정적자 우려

달러 가치 하락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하여 부과했던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인해 미국 정부가 기존에 징수했던 막대한 관세를 환급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관세 무효화에 따른 환급 규모가 최대 1,750억 달러(약 246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막대한 관세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은 급격히 가중되며, 2026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약 0.5%포인트 증가한 6.6%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는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자산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켜 달러 약세를 견인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실질 GDP 하회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실물 경제 지표 둔화 역시 달러 하락에 힘을 실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연율 1.4%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2.5%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 심리가 강해졌다.

한국은행 금통위 기대감 및 원화 강세 요인

대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적 요인도 환율 하락에 기여했다. 오는 2월 26일 개최 예정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2026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원화의 상대적 가치를 상승시키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여,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 달러 추가 하락을 방어하는 주요 변수

환율 하락 압력이 거세지만, 단기간에 원달러 환율이 끝없이 추락하지 않도록 하단을 지지하는 방어 변수들 또한 상존하고 있다.

대체 관세(플랜 B) 추진 및 정책 불확실성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기존 상호관세는 무효화되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인 대안 조치를 마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24일부터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면관세(글로벌관세) 15%를 새롭게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철강, 자동차, 반도체 산업 등에 적용되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는 여전히 유지된다. 이처럼 미국의 새로운 무역 장벽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글로벌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달러의 급격한 하락 폭을 제한하는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지정학적 불안정성 역시 달러 가치를 지지하는 핵심 요인이다. 현재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감돌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 상황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극도로 자극하며,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 및 미국 채권에 대한 매수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생시켜 환율 하단을 지지한다.

인플레이션 경계감 유지 (PCE 가격지수 상승)

미국의 물가 지표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8%를 웃도는 수치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다는 경계감을 형성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남아있을 경우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어, 이는 통상적으로 자국 통화(달러)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4. 2026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 전망 및 결론

현재 글로벌 외환시장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무효화 및 재정 악화 우려라는 '달러 약세 요인'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체관세 추진 및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방어 요인'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형국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일방적인 방향으로 급락하기보다는 1,430원부터 1,460원 범위 내에서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약화로 인해 기존처럼 주요 교역국의 통화 약세(엔화 등)를 용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상반기 내내 글로벌 자금의 탈미국 흐름을 촉진하여 원달러 환율의 완만한 하락 추세를 이끌어낼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